"새 세션은 카페에 새로 출근한 동료입니다. 5분 브리핑 없이 일을 시키면, 30분이 날아갑니다."
새 세션을 열자마자 박은 한 줄
어제 막혀 있던 기능을 마무리하려고, 저는 아침에 자리에 앉자마자 Claude Code 새 창을 열었습니다. 그리고 곧장 한 줄을 박았습니다.
"환경설정 페이지 추가해줘."
30분쯤 지나 화면을 보니, AI는 폴더 구조를 처음부터 파악하느라 시간을 다 쓰고 있었습니다. 우리가 이미 /settings 폴더 안에 비슷한 파일을 만들어 두었는데, AI는 그것도 모르고 새 폴더를 만들고 있었습니다. 30분의 낭비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.
AI가 멍청해서가 아닙니다. 저는 그 AI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, 폴더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마디도 안 해줬을 뿐입니다.
새 세션은 카페에 새로 출근한 동료입니다. 5분 브리핑 없이 일을 시키면, 30분이 날아갑니다.
비개발자가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
가장 흔한 실수는 단순합니다. 초기화 없이 본 작업으로 직진하는 것. 채팅창에 한 줄 박고 바로 시작합니다. 어제의 컨텍스트가 머릿속에 남아 있으니, AI 머릿속에도 있다고 착각합니다.
AI는 우리 프로젝트의 어제를 기억하지 못합니다. 새 세션이 열리는 순간, 모델은 자기가 아는 세상의 평균값으로 시작합니다. 우리의 스택도, 우리의 폴더 구조도, 어제 막혀 있던 자리도 모릅니다.
챕터 4에서 만든 CLAUDE.md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. 그 파일을 언제·어떻게 읽으라고 지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. 첫 페이지를 펴는 사람이 없는 책은, 그냥 책상 위의 종이일 뿐입니다.
초기화는 본 작업이 아닙니다, 그래서 별도 단계여야 합니다
저는 한동안 "CLAUDE.md만 있으면 알아서 잘 되겠지"라고 믿었습니다. 그러다 깨달았습니다. 초기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별도 단계여야 한다는 것을요. 본 작업과 같은 명령 줄에 섞으면, AI는 둘 다 어설프게 처리합니다.
새 세션의 첫 5분에 해야 할 것은 단 세 가지입니다.
CLAUDE.md읽기 — 우리 프로젝트의 첫 페이지. 누가, 뭘 만들고, 무엇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지.progress.md읽기 — 어제와 오늘을 잇는 다리. 어제 막힌 곳, 내일 첫 작업.feature_list.json읽기 — 지금 무엇이 살아 있는가. active/failing/blocked 상태.
이 셋을 읽히는 것이 세션의 컨텍스트 구축입니다. 본 작업은 그다음입니다.
운영자가 본 세 가지 사고
사례 1 — PM 박 매니저. 새 세션을 열고 "사용자 환경설정 페이지 추가해줘" 한 줄로 시작했습니다. AI는 우리 폴더 구조를 모르니 처음 30분을 폴더 탐색에 썼고, 없는 라이브러리를 새로 깔았습니다. 컨텍스트 윈도의 40%가 탐색 비용으로 날아갔습니다.
사례 2 — 1인 빌더 이 대표. Lovable의 새 채팅에서 새 버튼 컴포넌트를 만들었습니다. 직전 채팅에서 합의했던 디자인 시스템은 모른 채로요. 일주일 뒤 그의 SaaS에는 디자인이 다 다른 버튼 4개가 굴러다녔습니다.
사례 3 — 마케터 김 매니저. "지난주 발행 톤으로 글 써줘" 한 줄을 박았습니다. AI는 "지난주"가 뭔지 모르니, 세상의 평균인 평이한 블로그 톤으로 글을 뽑았습니다. 본인 브랜드 목소리는 한 줄도 안 들어갔습니다.
초기화 의식(Initialization Ritual): 4단계 표
매 세션 시작에 그대로 따라 하시면 됩니다.
| 단계 | 행위 | 시간 |
|---|---|---|
| 0 | 새 세션 열기 + 작업 폴더로 cd | 30초 |
| 1 | "CLAUDE.md 읽고 우리 프로젝트 한 줄로 요약해줘" | 1분 |
| 2 | "progress.md 읽고 어제 미해결 항목 보여줘" | 1분 |
| 3 | "feature_list.json 보고 지금 active인 항목 알려줘" | 1분 |
| 4 | 본 작업 1줄 명령 | — |
핵심은 1~3단계를 한 명령에 묶지 않는 것입니다. 단계별로 끊어서 AI가 한 번에 한 문서씩 읽고 요약하게 해야, 진짜로 컨텍스트가 들어옵니다.
초기화의 5가지 금지
- 새 세션 열자마자 본 작업 명령을 박지 마세요. AI는 어제를 모릅니다. 본 작업은 4단계, 절대 0단계가 아닙니다.
- 어제 채팅 로그를 복붙해서 컨텍스트 만들지 마세요. 10K 토큰이 그대로 날아갑니다. 그 비용은
progress.md한 줄로 충분합니다. - "다 알지?" 가정하지 마세요. 모델이 똑똑한 것과, 우리 프로젝트의 어제를 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.
- 5분이 짧다고 건너뛰지 마세요. 그 5분을 건너뛰면, 본 작업에서 30분이 날아갑니다. 환산이 안 맞는 거래입니다.
- 초기화 명령을 매번 새로 적지 마세요. 세션 시작 스니펫 한 줄로 고정해 두고, 매번 그대로 복붙하세요.
오늘의 5분 액션
이 글을 닫기 전에, 딱 한 가지만 해보세요.
- 메모장을 켜고, 내 프로젝트의 세션 시작 스니펫 한 줄을 적어둡니다. 예시는 아래에 있습니다.
CLAUDE.md, progress.md, feature_list.json 순서로 읽고,
각각 한 줄로 요약한 뒤, 어제 미해결 항목부터 시작해줘.
- 이 스니펫을 한 곳에 고정합니다. 노션 즐겨찾기, 메모앱 상단 고정, 혹은
CLAUDE.md맨 위 인용구. - 다음 세션을 이 스니펫으로 시작해 보고, AI가 우리 프로젝트의 어제를 한 줄로 요약하는지 확인합니다. 요약이 어색하면, 어색한 만큼
CLAUDE.md가 부실하다는 신호입니다.
자가 점검 5문항
- ☐ 새 세션의 첫 명령이 우리 프로젝트의 이름조차 모를 가능성을 고려했나요?
- ☐ 매 세션의 첫 1분에
CLAUDE.md를 읽히고 있나요? - ☐ 어제의
progress.md를 새 세션에서 자동으로 읽히고 있나요? - ☐ 세션 시작 스니펫이 한 곳에 고정돼 있나요?
- ☐ 초기화 직후 AI가 어제의 작업을 한 줄로 요약해 주나요?
세 개 이상 아니오라면, 오늘 5분 액션이 정확히 당신을 위한 과제입니다.
마무리, 그리고 다음 챕터
다시 한번.
새 세션은 카페에 새로 출근한 동료입니다. 5분 브리핑 없이 일을 시키면, 30분이 날아갑니다.
초기화가 시작이라면, 다음 챕터는 시작한 뒤의 이야기입니다. 챕터 7 — AI가 일을 키우는 걸 막는 법. 초기화가 잘 되면 AI는 의욕적으로 일합니다. 그런데 그 의욕이 과욕으로 번지는 순간, 시키지도 않은 리팩토링이 시작됩니다. 다음 챕터에서 그 과욕을 막는 한 줄을 같이 만들어 보겠습니다.
참고
- Eugene Yan, "How to Work and Compound with AI", eugeneyan.com/writing/working-with-ai/
- 원본 강의: walkinglabs.github.io/learn-harness-engineering/ko/ 강의 06
루틴팩 v1 — 오늘 액션을 위한 5종 템플릿
CLAUDE.md · feature_list.json · progress.md · intent_sheet.md · session-end-checklist.md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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